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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종]생존자라는 존재[광주시편 추가] 김시종, 김정례옮김, 광주시편>, 푸른역사, 2014. 시를 쓴다는 것 광주시편>에서 김시종은 광주, 오월이라는 말을 2부에 들어서 뼈>(pp.36-38)라는 시에서 처음으로 언급한다. 니이가타>가 제주, 4・3 사건에 대해 말하고 있는지 알 수 없듯이 광주시편>에서 우리는 80년 5・18사건에 대해 이 시집이 언급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왜냐하면 김시종은 5・18에 대해 직접 기록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가 하는 일은 역사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시를 쓰는 것이다. 시는 영산강 주변 바람조차 맴도는 어느 부근에서 우리를 멈추게 하다.(바람>,p.15.) 하지만 그 바람은 잔잔한 바람이 아니고 말하지 못하는 누군가들을, 사건들을, 대신하는 몸짓, 몸부림이다. 바람이 뒤에서 불고 우리의 어깨..
[김시종]피해와 가해의 이분법을 넘어서, 생존자 김시종, 김정례옮김, 광주시편>, 푸른역사, 2014. 시를 쓴다는 것  광주시편>에서 김시종은 광주, 오월이라는 말을 2부에 들어서 뼈>(pp.36-38)라는 시에서 처음으로 언급한다. 니이가타>가 제주, 4・3 사건에 대해 말하고 있는지 알 수 없듯이 광주시편>에서 우리는 80년 5・18사건에 대해 이 시집이 언급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왜냐하면 김시종은 5・18에 대해 직접 기록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가 하는 일은 역사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시를 쓰는 것이다. 시는 영산강 주변 바람조차 맴도는 어느 부근에서 우리를 멈추게 하다.(바람>,p.15.) 하지만 그 바람은 잔잔한 바람이 아니고 말하지 못하는 누군가들을, 사건들을, 대신하는 몸짓, 몸부림이다. 바람이 뒤에서 불고 우리의 어..
[김시종]디아스포라를 체현하는 시인 디아스포라를 체현하는 시인 김시종> *유민의 중첩/언젠가 나는 이 노래[클레멘타인]와 그의 기구한 관계에 대해 본인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그 노래는 신기하게도 마치 김시종 선생님 자신에 관한 노래인 듯해요.” 그때 김시종의 대답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그 노래는 우리 아버지가 자기 아버지, 즉 우리 할아버지를 향해 부른 노래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데….”실은 김시종의 아버지 김찬국 역시 1919년 ‘3・1독입운동’관계로 당시 다니던 전문학교에서 퇴학을 당하고 ‘만주’를 방랑하던 시기가 있었다. 말하자면 김시종의 아버지는 그때 행방불명된 ‘딸’의 위치에 있었고 그런 입장에서 클레멘타인의 노래>를 자기 아버지, 즉 김시종의 조부를 향해 불렀을지도 모르는 것이다.pp.18-9. *유민의 기억에 대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죽음을 기억하는 시간의 법칙; 망각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10』, 국일미디어, 1998. 죽음을 기억하는 시간의 법칙; 망각 죽음의 잔여물들알베르틴의 죽음 이후, 죽음의 잔여들이 마르셀의 주변을 떠돌아다닌다. 이미 종료된 사건 속에서 마르셀은 무엇을 알고자 하는 것일까. 과연 진실이라는 것이 있기는 한 것일까. 마르셀은 여전히 알베르틴과 간수와 죄수 관계로 호기심을 유지하며 알베르틴의 성애적 취향을 밝혀내기 위해 사건을 조사하고 탐색한다. 그 속에서 알베르틴과의 관계 속 생산되던 감각들인 긴장감, 고통, 질투는 지속된다. 이 감각들을 지속하기 위해서 마르셀은 예메를 조사원으로 보내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게 하며, 앙드레를 취조한다.10권의 후반부에서 마르셀은 “언젠가는 알베르틴을 사랑하지 않게 되리라는 것을”(180)짐작..
[읽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블로크, 특이성 마르셀 프루스트, 김창석 옮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5-게르망트쪽1』, 국일미디어. 1.빌파리지 부인의 살롱  집안의 고유하고 가치관을 중심으로 사람을 분별하던 콩브레의 세계를 벗어나 마르셀은 빌파리지 부인의 살롱에까지 도착했다. 빌파리지 부인은 명문으로 태어났고 결혼도 명문인 가문에 들어갔음에도 사교계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는 부인들 중 하나이다. 이 살롱에 모이는 사람은 조카딸, 올케뻘 되는 두세 명의 공작 부인, 왕족 한두 분, 가정의 옛 교제 관계가 있는 사람들, 그리고 삼류의 사람들인 부르주아 신분인 시골 귀족이랑 영락한 귀족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녀의 살롱을 쇠퇴의 상태이며 이류라 한다. (236) 하지만 그녀의 옛 교제관계나 가문 때문에 빌파리지 부인의 살롱에 모이는 사람들의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나는 무엇을, 어떻게, 왜 기억하려 하는가. 마르셀 프루스트, 김창석 옮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1』, 국일미디어, 1998. *나는 무엇을, 어떻게, 왜 기억하려 하는가. 성인 화자인 나는 흘러간 옛 우리 집의 생활, 콩브레에 있는 대고모 댁, 발베크, 파리, 동시에르, 베네치아, 그 밖의 고장에서 생활을 회상하며 밤의 대부분을 보내고 있다.(15) 그리고 화자는 내가 어디 있는지, 내가 누구인지 조차 아리송할 때 추억이 구원한다고 말한다.(10) 그에게 사물 뿐 아니라 나라는 부동성과 그 부동성에 대한 확신은 우리 사고의 부동성(11) 이며, 감각을 둔하게 만드는 습관이 만들어낸 것이다.(17) 오히려 사물이나 나는 불확실한 것들의 수면 위에 있다. 달리는 말을 구경하면서 영사기가 나타내보이는 연속적인 자태를 실제로 분리해서 판별할 수 없는..
최인훈에 대한 네 개의 산문 최인훈에 대한 네 개의 산문  1. 헤겔주의자의 고백  최인훈의 소설 속 긴장은 이중적 의미를 갖는다. 긴장은 작가가 소설의 주인공에게 부여한, 세계를 파악하는 태도의 표현이고 그러한 인물을 읽는 자들의 태도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최인훈의 소설은 중대한 문제를 쉬지 않고 끊임없이 진술하며 독자로 하여금 “불화의 세계”로 진입하게 한다. 최인훈의 소설 속 주인공은 왜 세계와 불화하는가? 그가 가족으로부터, 사회로부터, 그 사회의 보편적 윤리, 그 모두로부터 소외되어 있기 때문이다. 『두만강』의 동철, 『회색인』, 『서유기』의 독고준이 펼치는 유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의 유년은 그들이 성인이 된 시기와는 너무도 동떨어지게도, 섬세하며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이와 같은 유년에서 성인으로, “천진난..
[전쟁의 슬픔]거대서사가 새긴 상흔의 신체 바오 닌, 하재홍 옮김, 전쟁의 슬픔>, 아시아, 2017.  조너선 닐의 미국의 베트남 전쟁>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근에 관한 부분이었다. 베트남 전쟁 후 미국 병사들에게 국가는 집단적 신경정신심리 상담을 진행한다. 그 과정을 통하여 미국 병사들에게 일정한 훈육이 수행된다. 미국 병사들은 베트남 전쟁 중 일어난 사건을 끊임없이 되살려야하고, 그 사건 안에서 자신의 문제를 고백해야 하며, 그것을 반성해야 한다.  이 고해성사 같은 치료 속에서 가장 신경이 거슬렸던 부분은 전쟁의 사건을 병사 개인의 문제로, ‘나’로 수렴하게끔 유도하던 지점이었다. 물론 전쟁의 원인이, 갖은 자, 배운 자에게 있지 않은가하는 병사의 말에 동의하였고, 그러나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전쟁의..